하루키키 그런 시간에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혁명이 없다. 열일곱 살과 열여섯 살의 여름 해질녘, 강가 풀밭 위의 선명한 기억-오직 그것이 있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 위에 하나둘 별이 반짝일 테지만 별에도 혁명은 없다. 혁명을 지니지 않은 세계의 강가 풀밭 위에,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있다. "도시락은 높은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어." 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침묵의 밑바닥을 뒤져 말을 찾아 온다. 맨몸으로 심해에 내려가 진주를 캐는 사람처럼. "그다지 큰 도시락은 아니야. 하지만 한눈에 다 들어올 만큼 작지도 않아." 네가 그 도시락을 입에 올린 건 이번이 두번째다. 그렇게 도시락에는 사방을 둘러싼 높은 벽이 생겼다.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