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Dreaming into the Electromagnetic Commons
Shortwave Collective
무선을 명령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를 관계로 모으는 살아있는 장(field)으로 취급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주로 무선 통신을 신체와 풍경, 인프라스트럭쳐를 거치며 움직이는 우주적 힘(cosmic force)으로 간주한다. 국가가 무선 주파수를 소유권과 통제의 말끔한 구획으로 나누는 반면, 무선 자체는 근본적으로 통치할 수 없는 것으로 남아 있다. 즉, 무선은 경계를 넘어 새어나가고, 전리층 (ionosphere)에서 회절하며, 빅뱅과 함께 울려 퍼진다.
고철 재료로 즉흥 무선 수신기를 만드는 공동 실천을 통해, 우리는 자연 방출 주파수와 인간 송신의 결합을 집단적으로 듣는다. 이처럼 열리고 동조되지 않은 장치들은 불확실성과 호기심에 뿌리를 둔 주목의 방식을 유발하며, 지역 방송사와 우주가 만드는 치찰음(hiss), 전기적 교란이 공존하는 층위를 드러 낸다. 이 모임에서 무선은 숙달되어야 할 도구가 아니라 공유된 실험, 학습, 조율의 동행자가 된다.
어슐러 르 귄의 허구 운반 가방 이론 The Carrier Bag Theory of Fiction(1988)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우리는 ‘라디오 운반 가방 이론’을 상상해 본다. 이 이론에서는 무선을 위한 리셉터클(receptacle), 즉 우리가 들을 수 있게 만드는 수신 장치가 송신 안테나와 같이 ‘길고 튼튼한 사물’(Le Guin, 2024, p.28)보다 더욱 가치 있게 여겨진다. 우리는 수신을 근대의 기술적 송신보다 훨씬 앞서 존재하는 연속체로 이해한다.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스펙트럼을 차지해야 할 영역이 아니라 집단적 힘의 그릇(vessel)으로 본다. 우리는 이 생각을 라디오 거버넌스가 항상 문화적이고 정치적이며, 우리에게 체현되어 있음을 환기시켜 주는 셀레스테 오램(Celeste Oram, 2024)과 소피 다이어(Sophie Dyer, 2017)의 전자기 커먼즈를 위한 요청에 동조시킨다.
이 텍스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자기장 속에서 함께, 그리고 개방적으로 듣고 꿈꾸기를 향한 시적 재정향(reorientation)을 제공한다.
정향(Orientation)
전기와 자기는 매일, 매 순간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를 거치며 우리와 함께 엮이고 움직인다. 전자기는 인간이 무선으로 소리(지상파)나 이미지(TV 와 위성), 데이터(와이파이)와 같은 정보를 국지적·세계적으로 보내고 받을 수 있게 하는 혼성적 에너지 관계다. 정보를 보낼 때, 우리는 공기 중에 우리 신호를 미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전자기 에너지를 이용하여 선택된 주파수의 라디오파에 정보를 덧붙인다.
이 유용한 전파는 국제 조정 및 국가 규정에 따라 주파수의 ‘대역’으로 분할된다. 대역은 방송, 항공, 모바일 네트워크, 인공위성, 아마추어 무선 통신과 같은 다양한 목적을 위해 할당된다. 전자기파는 무한하지만 전자기파 주파수의 범위는 유한하며, 이것이 스펙트럼을 가치있는—그리고—정치적인 자원으로 만든다. 기술 생산물(모바일 네트워크, 인공위성 회사 등)을 위해 라디오파에 의존하는 기업은 자신의 라디오파 이용에 우선권을 부여하기 위해 정부에 로비한다. 그러므로 주파수 할당에 대한 통제는 기술 적이고 문화적이며 정치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전자기는 인간의 활동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있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이후로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 콜렉티브는 방대한 전자기 스펙트럼의 일부인 라디오파에 관여한다. 라디오파는 시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이기도 한 매력적인 예술 재료다. 라디오파는 보이지 않고 형태를 바꾸며,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오랫동안 꿈 속에서 우리에게 속삭여 왔다. 그리고 우리 눈 앞의 어두운 지평선 위에서 오로라처럼 춤을 추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적 정보로 우리 목덜미의 털을 곤두서게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감각적 정보는 폭풍의 도래를 예고할 수 있는 것이었다.
2020 년부터 우리가 함께 작업한 이래 우리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라디오파에 민감한 사제 기구의 제작이었다. 우리는 폭넓은 주파수를 듣고 그것을 소리로 변환하는 Open Wave-Receivers(Shortwave Collective, 2021)라 부르는 것을 만들었다. 우리는 지역 환경에서 금속 조각과 광물을 찾아 라디오 회로 속에서 그 특성을 테스트했다. 또한 순간순간의 대기 및 지리적 조건에 의해 규정되는 라디오파의 스냅샷을 생성하기 위해 다른 라디오 제작자들과 언덕 꼭대기에서 모이거나, 나무 위로 또는 고층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 신호를 보내고 포착하려 한다. 이 라디오 탐사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우리의 집단적 실천에 중요하다. 또 우리는 이 성장하는 메이커 네트워크—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을 라디오 제작자라 생각하지 않았을—가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함께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동으로 작성된 이 글에서, 우리는 목소리의 아상블라주를 통해 초-자본주의(hyper-capitalist) 사회에서 공동의 합의 없이 영역과 폐기 가능한(terminable) 기술로 분할된 라디오 스펙트럼이 어떻게 통치되는지 질문한다. 우리는 자연 자원으로서 라디오파가 지구적 공유지라 주장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접근을 꿈꾸는 집단과 함께한다. 소피 다이어(Sophie Dyer, 2017)의 ‘전자기 커먼즈(electromagnetic commons)‘를 위한 제안과 예술가이자 연구자인 셀레스테 오램(Celeste Oram, 2024)의 지지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 프로젝트는 이 주제에 대한 집단적 대화를 촉발하고 어떻게 이 스펙트럼이 다르게 사고될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발신보다 수신과 듣기를 우선시하는 ‘라디오 운반 가방 이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목덜미 털의 꿈틀거림부터 지구, 다른 행성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모든 것들에 이르는 간행성 발신의 전망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감각을 넘어서는 전자기적 가능성에 대한 감수성을 위한 공간으로서 ‘라디오-꿈꾸기’를 제안한다.
영역 Territory
라디오, 즉 전자기 대기(ether)는 순환하고, 횡단하고, 경계를 넘는다. 라디오는 전달을 위한 정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파장이다. 라디오는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오직 전력과 에너지로만 라디오 주파수를 둘러싸고 벽을 세울 수 있다. 정부 기구가 전 세계에 부여하는 허가는 이론적인 것이다. 이러한 정보 고속도로는 어떻게 규제될까?
대개 지도 형식으로 시각화되는 [일종의] 영역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인간의 라디오 사용은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었다(그리고 소리는 라디오를 은유적으로 개념화하는 더 적절한 방법인것 같다). 소리는 번지고 매질을 통해 변형되며 진동을 통해 움직임을 일으키고, 공간을 채우고 반응하면서 자신의 고조파(harmonics)를 통해 강조하고 왜곡한다. 이곳은 반응하고, 번지고, 울리고 증폭되는 영역이다. 이곳은 정보가 일시적으로 새겨질 수 있는 영역이다… 혹은 그 신호들이 대기를 우연히 벗어나 우주로 계속 나아간다면 영원히 새겨질 수도 있다.
우주는 자체적인 라디오 방출로 가득하다. 나선형을 그리며 은하수의 자기장 주위를 움직이는 전자는 ‘은하계 배경 노이즈’를 만들고, 빅뱅 잔해의 복사는 일정한 마이크로파로 우주를 채운다. 태양은 태양 플레어와 폭풍 동안 발생하는 라디오파의 폭발을 방출하며,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목성은 자체적인 ‘무선 음성(radio voice)‘을 가지고 있다. 2012 년부터 2017 년 사이 나사의 반 앨런 탐사선은 매우 낮은 라디오파 주파수의 울음소리(chirping)와 지저귐을 소리로 변환한 ‘우주 노래’의 녹음을 공개했다. 1989 년 태양 극대기 이후 아마추어들도 DIY 무선 수신기를 하늘로 향하게 하여 이 소리를 들었다.
이러한 자연 현상 및 지상파 확산과 함께, 강력한 국민 국가들은 우주를 위해 특별하게 설계된 라디오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인 나사의 심우주 통신망(DSN)은 최대 200억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선과 교신한다. 전파가 직선으로만 이동할 수 있으므로, 추적 복합체(complex)에는 행성이 자전하는 동안에도 연락 유지를 위해 120도 간격(마드리드, 캘리포니아, 캔버라 외곽)으로 배치된 거대 안테나가 있다.
심우주에서 무선 송신은 지구에서와 같이 규제되지 않는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는 온갖 무선 통신을 위한 주파수 대역을 할당한다. 심우주 송신은 X-대역에서 송신되고 Ka-대역에서 수신되며, 70 미터 크기의 접시형 안테나로 우주 라디오 노이즈를 뚫고 소형 휴대전화 충전기에서 나오는 미약한 신호까지 감지한다. 국민 국가와 민간 기업(예컨대 스페이스 X) 모두 협정이나 계약을 통해 이러한 채널에 접근 가능하다. 만약 우리가 다른 행성에 접근하려면, 탐사하는 우주비행사와의 교신뿐만 아 니라 다른 생명체에게로의 송신에도 무선 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지상의 무선이 외계에 다시 닿을 수도 있다. 이처럼 무선 통신은 오랫동안 우리 너머의 세계와 교신하고자 하는 간행성 교신의 꿈에 필수적 요소였다.
만약 라디오가 배경에서 작동한다면—즉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든 우주를 가득 채우는 우주 복사로서든—그 전경에는 누가 또는 무엇이 있을까? 우주가 인간을 위한 활동 공간으로 확장되는 때, 우리는 끝없이 무선 수신을 우주에 퍼뜨릴 수 있다는 지구 중심적 태도에 도전한다. 아마도 화성에 있는 우리의 상대는 이제서야 우리의 무선 송신을 받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신호는 백 년간 대기(ether)를 지나 이동한 후, 마침내 그 신호에 민감한 생명체에 도달했을 것이다. 지금 이 생명체들은 백년 분의 인간 송신을 수신받고 있는데, 이것이 서서히 퍼부어지면서—모든 주파수의 밀리헤르츠가 항상 송신으로 넘쳐 흐르는—정점에 이르고 있다…
DIY 대안들 DIY alternatives
정부와 상업체가 보내는 깔끔하고 강력하며 규제된 신호에 맞서, 동일한 동전의 양면에는 흐릿한 우주의 전자기 실안개가 존재한다. 특권화되고 배타적인 듣기, 그리고 운영상 필요(operational need)를 위한 듣기의 반대편에는 시적인 신비로움과 호기심, 그리고 함께 들을 수 있는 평등한 권리가 존재한다. 정교한 추적 복합체와 첨단 기술 설비의 반대편에는 일상의 재료와 재활용 쓰레기로 제작한 사제 수신기 설계가 자리하고 있다. 한 쪽에 있는 계산되고 불길한 ‘우주 노래’는 다른 한 열려 있고 즐겁고 협업적인 듣는 사건(listening happenstances)과 공존한다.
Open Wave-Receiver 의 격동적인 다공성/다공적 장소(porousities/porous-sites)를 만날 때 과학적 수신을 위한 정밀한 듣기는 모호해진다. 지도학적 정확성은 개방적으로 수신되는 신호의 환상적 체현(embodiment)과는 무관해진다. 비지(unknowing)와 이해의 행위가 발생한다. 구분하고 분류하려는 모든 노력은 무익하다. 그러나 이해와 연결은 만들기, 시도하기, 실패하기, 다시 시도하기를 통해 형성된다. 대안적이고 역량을 부여하는(empowering) 종류의 엔지니어링, 즉 만들고 혁신하기를 통한 공동 학습이 개발되고 있다.
빗장 건(gated) 전자기 관료제는 지식이 개방적이고, 커스텀 가능하고, 영구적이며—즐거움과 탐험, 창의성, 소통, 공동 제작으로 견인되는 우리의 워크숍에 참석하여 DIY 수신의 세계에 다가가는—보통 사람들의 서로 다른 공동체 속에서 지식이 성장하는 커먼즈와 대립한다. 우리의 실천(praxis)은 일시적이며, 다원적이고, 취약하다.
완전히 자유롭고 자연적인 고대의 라디오 스펙트럼 자원을 자본주의적으로 접수한 배경에 맞서 라디오를 만드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쉽다. 특정한 회로 구성과 유사한 무언가에 구리를 투입하고(이 부분은 이상하게도 현저히 가변적이다), 무음의 라디오파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파로 변환해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듣는 것이다. 지역 AM 방송,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된 뉴스, 누군가 문자 메시지를 받을 때 나는 므윕-므윕-므윕(mwehp-mwehp-mwehp) 하는 소리, 스포츠 경기, 잡음(static)이나 공전 잡음(sferics)—가까운 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번개의 방전이 만드는 에너지 폭발—의 텍스쳐를 들을 수도 있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라디오는 주파수가 동조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기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혹은 더 그 이상이나 이하로 들을 수 있다. 그것은 아름답고 다층적이고, 가변적이다. 그리고 미세하게 국지적이지만 전 세계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종종 혼란스럽다. 그리고 아주, 정말로 DIY 다. 통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라디오에 대해 더 알수록, 라디오는 더 복잡해지고 뒤얽히게 된다.
단지 구리를 감는 것으로도 수신 가능한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이 가느다란 금속 줄에 아주 미세하게 간격을 두면, 구리는 부글거리고, 자유롭게 회전하고, 진동하면서 정렬되지 않은 전자를 진동파로 형성할 수 있다. 구리 나선의 지름과 길이는 일종의 부력(buoyancy)을 만든다. 어떤 주파수가 떠오르거나 가라앉을까? 소리는 배경 복사 아래로 파고들었다가 거기서부터 빠져나온다. 전선의 특정한 길이와 폭은 더 많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인다… 이것들은 슬로프(slope), 즉 송신을 위해 한 주파수가 다른 주파수로 번지는 범람에서 포착된다.
운반 가방 Carrier Bags
우리가 ‘라디오’라 칭하게 된 것은 명사와 동사 모두로 존재한다. 라디오는 당신이 들을 수 있는 장치 (수신기)를 지시하기도 하고, 듣고 있는 콘텐츠의 범주를 나타내기도 하고, 그리고 정보를 어딘가에 ‘송출’하는 소통 방법과 연관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라디오파에 정보를 실을 수 있게 되기 이전에도, 라디오파는 자연적이고 비물질적인 형태로 인간 기술 이전에 여전히 존재했다. 인간의 기술 이후에 라디오는 거의 하나의 장소가, 즉 보이지 않는 영역이자 물질적인 상품이 되었다. 따라서 라디오는 동시에 사물이자 비-사물(non-thing), 방법이자 양식(mode), 상품, 그리고 장소이기도 하다.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피셔(Elizabeth Fisher)는 저서 여성의 창조: 성적 진화와 사회의 형성 Woman’s Creation: Sexual Evolution and the Shaping of Society (1975)의 한 챕터인 진화 운반 가방 이론 Carrier Bag Theory of Evolution 에서 운반 가방과 그물, 바구니가 창과 곤봉보다 앞서 형성되었음을, 그리고 강압적이고 재촉하는 행동보다 수집과 수용의 문화적 진화론을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피셔의 이론은 근본적 상태 및 본질 상에서 라디오가 두 강력한 힘(전기와 자기)의 움직임이고, 라디오가 인간에 의해 송신되기 훨씬 이전부터 수신되어 왔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원시적인 수신에서 라디오는 대부분 우리의 감각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우리 전체 지구 및 그 너머와 상호작용했으며, 우리의 전체 환경이 라디오 컨테이너였다. 번개와 다른 자연적 형태의 라디오가 가진 전자기력은 토양 속에 강력한 전류 변화(surge)를 일으켜 균사체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질소 고정을 촉진해 버섯의 성장을 촉진했다. 또한 뇌우와 번개가 전지구적 전기 회로를 형성하는 사이, 번개는 오존층을 형성하고 오존층을 정화하는 화학 물질을 생성했다.
어슐러 K. 르 귄은 피셔의 이론에 영감을 받은 에세이 허구 운반 가방 이론 The Carrier Bag Theory of Fiction (1988)에서 우리의 집단적인 문화적 서사의 진화가 폭력과 지배 무기의 거창한 영웅주의를 그릇되게 옹호하고 우선시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서사들에 앞서 귀리와 씨앗을 모으는 것처럼 극적이지도 기억할 만하지도 않은 평범한 행위들에 뿌리를 둔, 초라하고 조용한 생존의 이야기가 앞서 존재했음을 신랄하게 제시한다. 우리는 무기에 앞서 컨테이너(수신기)와 운반 가방에 대한 이들의 이론을 전자기의 영역으로 연장해, ‘라디오 운반 가방 이론’을 상상하고 싶다. 이 이론은 우리가 전자기를 수용하는 첫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우리의 몸, 세포, 흉터, 시, 머리카락, 공기, 균사체, 나무, 강, 별, 행성은 모두 장엄한 안테나나 아침 식사 토크쇼, 동의 없이 우주로 보내져 지구로 다시 통신을 중계하는 고급 자동차에 대한 낚시 기사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라디오의 매개체이자 컨테이너였다.
학술가 피온 베넷(Fionn Bennett)은 고대 그리스의 현인들이 주위의 전자기 활동에 ‘동조’함으로써 지상과 하늘 사이 전자적 호흡 교환을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썼다(2019, p.229). 현인들은 명상과 횡격막 호흡 기법을 통해 의도적으로 자신의 몸을 어쿠스틱 수신기로 변형해 과거와 미래의 치찰음 (hiss)을 듣고, 이 메시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더 최근의 역사에서, 예술가 세바스티앙 로베르 (Sébastien Robert)는 북극 선주민 공동체로부터 수백 건의 증언을 수집하기 위해 아카이브를 탐색해 왔다. 이들은 기술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의 몸을 통해 자연적인 라디오를 듣고, 오로라 현상과 함께 전 자기적 재잘거림과 지저귐을 들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라디오 기술의 선구자이자 최초의 청취자가 마르코니(Guilliermo Marconi)라는 생각을 무색하게 만든다. 대신, 이것은 시대를 불구하고 인간과 비인간 실재(entities) 모두가 우주적·행성적 신호에 조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개방한다.
커먼즈 Commons
지구와 별, 우리 신체가 우주선(cosmic ray)과 번개, 수백만 개의 셀 기지국, 엑스레이 기계와 전자레인지에서 비롯하는 방대하고 길들일 수 없는 무선 송신의 흐름을 매초 수신하는 점을 이해한다면, 라디오파를 통제한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소리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기관들은 라디오 규제를 고안하고 강요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은 누가 어떤 전파를 누가 사용할 수 있는지 토론하고 결정하고 지시하며 서로 다른 서비스를 위해 대역을 할당하는 반면, 국가 관리들은 보통 최고 입찰자에게 허가를 발급한다.
소프 다이어(Soph Dyer)는 전자기 커먼즈(2017)에 관한 작업에서 이러한 시스템 속에 내장된 냉혹한 불균형을 비춘다. 칼레 정글(Calais jungle)에는 난민들에게 인터넷 접근을 제공하기 위해 활동가들이 설치한 취약한 DIY 네트워크 위로 적외선 주파수를 가로지르며 초고속 거래 데이터를 전송하는 네트워크를 지탱하는 와이어망이 줄지어 서있다. 여기서 권력은 문자 그대로 네트워크의 높이와 속도에서 볼 수 있다. 자본을 생성하기 위해 설계된 초고속 고주파 인프라트럭쳐가 인간의 연결과 공동체, 생존을 유지하는 로우파이 네트워크 위에서 활공하고 있다.
2000 년은 모바일 네트워크 회사가 주파수 공간에 3G 네트워크를 전개하기 위해 공격적인 입찰을 진행하면서 영국의 스펙트럼 가치화(valuation)가 정점에 오른 해이다(Börgers & Dustmann, 2005). 불과 1년 전, 마오리족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제외된 후, 주파수를 위한 ‘공정하고 공평한 접근’을 위해 법정에서 싸우고 승리를 거머쥐었다(Culcullo, 2022). 마오리족의 투쟁은 스펙트럼 주권 개념과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쳐에 대한 선주민의 권리를 개척했으며, 이 투쟁은 전 세계 지역 사회에 계속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라디오파에 대한 접근을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심원하게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다. 와이탕이 재판 보고서(The Waitangi Tribunal Report)(1999, p.41)에 따르면, 2GHz 범위 내 주파수에 대한 관리 권한이 경매에 부쳐졌다.
‘1840 년 당시 왕실은 라디오 스펙트럼이 Maori taonga, 즉 가치 있는 소유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그리하여 마오리족이 스펙트럼의 사용에 있어 특별한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청구인들은 마오리족이 전자기 스펙트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오리족은 다양한 자연 현상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별빛을 항해에 활용하는 것처럼 마오리족은 이런 현상들 중 일부를 잘 활용했고, 자신들의 철학적인 세계관에 통합했다. 미드(Mead) 교수가 인용한 사례 중 하나는 타와키(Tawhaki)가 하늘로 올라가 지식과 교육, 사람들의 정신적 안녕을 위한 신성한 주문을 대지로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오리족은 오늘날 우리가 가진 시각과 청각을 강화하는 기술은 부족했지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라디오파를 활용하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는 자유롭고 허가받지 않은 공공 사용을 위해 제한된 라디오 주파수 대역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개인 또는 소규모 비즈니스 통신이 국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 라디오 서비스를 1945 년에 설립했다. 가장 흔하게 할당되는 주파수 범위인 27MHz 는 11m 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파장의 전체 주기는 11m 에 이르지만, 동력에 의해 크기와 범위가 제한된다. 그러나 라디오는 궁극적으로는 초국가적이며 대개 새어나가기 쉽다. 송신은 공간이 열려있는(건물이 신호를 방해할 수 있다) 한까지, 그리고 동력이 허락하는 한까지 이동할 수 있다. 온라인과 물리적인 양쪽에서 신호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라디오 신호 중계는 금지된다.
공교롭게도 11 년마다 태양 활동 주기는 이 대역의 범위를 왜곡하고 강화한다. 우리가 현재 이 주기의 절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27MHz 의 자그마한 저출력 송신은 상공파 전파(skywave propagation)라 알려진 현상에서 이온층이라 불리우는 지구의 상층 대기 속 하전 입자들(charged particles)의 층위에서 튀어나와 더 먼 거리로 이동하는 경향을 가진다. 이 장거리 이동 경향은 의도적인 지역 교통에서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의 연속 교차점에서도 시민 대역을 빽빽하게 만든다. 11 년마다 전파 수평선(radio horizon)의 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에 교신 합창대가 모인다.
규제 기관은 1990 년대에 시민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해 간섭이 덜 일어나고 지역을 더 많이 이동해 다니는 주파수를 부여했다. 1996 년 미국에서 FCC 에 의해 부여된 가족 무선 서비스(FRS, 462MHz 및 467MHz)는 우발적인 간섭 가능성 없이 장거리 워키토키, 베이비 모니터, 무선 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주파수에서 사람들은 목소리, 모스 부호, 데이터 패킷을 전송하고 있다. 발전된 수신기의 ‘선택 호출’은 특정 톤만 수신기를 켜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주파수 범위의 음성이 이 암호화된 톤에 부딪치면, 의도치 않게 수신 창구가 열리며 열려라 참깨 주문처럼 ‘토크-오프(talk-off)‘가 발생한다.
1997 년 유럽무선통신위원회(ERC)는 사설 이동 무선(PMR)에 유럽,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비허가 사용을 위해 주파수 446MHz 를 부여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비허가 송신기에 FRS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며, 호주와 미국, 캐나다에서는 PMR 주파수를 사용한 비허가 송신은 불법이다. 왜냐하면 비상 서비스나 허가받은 아마추어 무선기사, 군사용 레이더 시스템을 위한 주파수가 대안 영역에 있는 그 밖의 ‘자유로운’ 주파수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의 중첩 불가능은 시민들이 태양 활동 극 대기의 조건을 활용하여 서로 전지구적으로 연결되고, 허가 없이 자유로운 장거리 교신을 위한 실험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이러한 국가적 규제 경계는 진정한 저전력 행성 교신 생태계를, 즉 시민들이 태양 극대기 조건을 이용하고 주력 기업들의 기술을 우회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신할 수 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을 제한하고 있다.
코다 Coda
버지니아 울프의 한 구절을 채택하자면, 라디오 송신은 “각각을 따로따로 판단하는 우리의 습관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어진다”(A Room of One’s Own, 1929, p.148). 비슷한 방식에서, 공동체와 신체, 요소, 행동은 서로 배우고 교신하고, 튕겨 나간다. 우리는 각각을 다른 것에서 적출할 수 없다. 그들, 그리고 우리 또한 함께 전파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파를 그것들이 비롯한 실제적인 에너지, 요소, 행위, 그리고 공동체와 분리시키고, 권력자들에게 봉사하는 유한한 스펙트럼으로 뭉뚱그리는 (conglomerate) 것은 다성적인(plurivocal) 본성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텍스트를 통해서 접근 가능한 것에 다시 접근하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단지 단어들의 모음이 아니라 실천으로서 텍스트의 한 형태(Kristeva, 1984)이며 단어를 제시하고 우리의 지속적인 실천과 나란히 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우리의 공유된 실천이 비롯하는 맥락 속에서 그 단어를 다루는 한편, 자기 참조적이고 협소한 의미의 주관적인 것을 넘어 여러 송신의 레이어를 분리하지 않고 모두 한꺼번에 듣는 사회 참여적이고 열린 토론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우리와 함께 꿈을 꾸고, 라디오와 함께 상황적이고(situated) 체현된(embodied),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깊숙이 연결된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도록 초대한다.
그것은 복수적이고 다성적이며(polyvocal) 따라서 (한 번에 여러 파장이 일어나는) 파장이다
소란과 불협화음, 신호와 노이즈의 초구조(hypermorphology)
질서와 위계, 예측의 혼란.
우리는 강력한 신호와 깔끔한 채널보다 시적이고 다원적인 것을 중요시한다. 우리는 깔끔한 채널을 거부한다…
-쇼트웨이브 콜렉티브와 구티에레스(Amanda Gutiérrez), 2025
모든 방송을 중단해라.
여기는 해적 위성의 라디오 클래시
네 거실 위를 떠돌면서,
권리 장전을 돈벌이 삼는다...
이 소리는
국제 계획에 따르지 않아,
여기는 청각 무기를 사용하는 라디오 클래시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더 클래시, 1981
만약 우리가 잠깐 하나의 라디오파가 되었다고 상상해 본다면, 우리의 본질은 움직임이다. 고양이 크기 부터 지구보다 큰 파장에 이르기까지, 파장과 같은 우리 존재의 정점과 저점은 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전기와 자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힘(force)과 강도(strength) 그리고 모습은 우리 주변의 다른 전기와 자석, 예컨대 지구 자체나 태양, 달, 날씨—그리고 다른 행성과 은하계, 별에 영향을 받는다. 라디오파처럼 우리는 때때로 유성의 꼬리를 타고 믿을 수 없이 멀리 여행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리고 누구와 만나게 될까? (Shortwave Collective, 2025)
Bibl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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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세계》 첫번째 묶음
이주환
문화연구자/기획자, 예술의 사회정치적 맥락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