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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세계에서 쓰러지는 집을 듣기

이 집은 1943년에 지어졌다. 나무 기둥과 보로 이루어져 있고, 벽면은 시멘트다. 옛날 방식대로 집 끝에는 사랑방도 있는 구조다. 화장실과 주방이 따로 있어 한 지붕 아래에 두 가정이 함께 살 수 있다. 방마다 옆 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미닫이문이 있고, 긴 복도가 있다. 집은 큰데 구성원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 번에 파악할 수는 없는 형태다.


기둥 1

처음엔 개들이 귀신을 보는 걸까 싶었다. 빵돌이와 연히는 한참 고개를 쳐들고 목을 빳빳하게 세우며 귀를 쫑긋거렸다. 주로 이른 아침, 혹은 저녁에 그렇게 행동했다. 눈이 아닌, 귀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미어캣 무리처럼 다 같이 허공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이윽고 연히가 방의 나무 기둥에 조심스레 코를 들이밀었다. 킁킁 킁킁. 나의 콧속으로는 방의 꿉꿉한 냄새만 들어왔다 나갈 뿐이었다. 연히가 계속해서 나무 기둥의 아래쪽에 코를 박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걹 걹

사각 사각

나무의 결을 쓰다듬거나 문지르는 부드러운 소리가 아니었다. 손 혹은 발이어야 했다. 손톱이 있는. 뭉툭하지 않고 예리한 날카로운 손톱. 누군가 나무 기둥의 안쪽을 긁고 있었다. 우리는 얼어붙었다. ‘누군가 살고 있구나.’ 집 안의 안쪽 세계. 어둡고 축축한 뒤집힌 세계. 우리가 모르는 길을 훤히 꿰뚫고 있는 존재. 누군가 자신이 여기에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문득 평소에 나무 기둥의 세 면만 바라보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로서는 왼쪽, 앞, 오른쪽 면인데, 뒤집힌 세계에서는 거울에 비친 것처럼 그 반대일까. 내가 있는 곳이 그에겐 바깥이려나.

그로부터 며칠 후, 부엌에 있는 세탁기 옆의 배수 구멍으로 누군가 고개를 내밀었다. 손톱을 가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마당으로 나가 돌덩이 하나를 주워 왔다. 그리고 구멍을 막았다.

틈은 누군가의 입구다. 우리는 서로를 초대한 적이 없다.

어둡고 축축한 뒤집힌 세계로

어둡고 축축한 뒤집힌 세계로

어둡고 축축한 뒤집힌 세계로

[…이동 중…]


기둥 2

부엌과 화장실 주위에 썩은 나무 기둥이 있다. 기둥 아래가 내려앉아 어긋났다. 기둥 옆 미닫이문은 닫히지 않는다. 그 방은 천장과 바닥이 기울어지다 멈췄다. 밤이 되면 이따금 딱, 소리가 난다. 천장 구석을 쳐다본다. 나만 듣고 반응하는 터라 이 모든 게 망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기울기에 변동이 없는지 방을 지나칠 때마다 확인한다. 꺼진 바닥에 발을 내디디며 휘청이지 않도록 균형을 신경 쓴다. 맨발로 다닐 때는 꺼진 바닥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더 잘 느껴진다. 기둥이 썩어서 만들어진 틈새에 부서진 시멘트와 나무 가루가 떨어져 있다. 누가 또 기둥에 자리를 잡았는지 살펴본다. 집 안에 집이 있다.

딱, 소리는 기둥과 보가 서로에게 맞춰가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맞닿은 홈을 깎고, 무게를 나눠 가지며 집을 떠받들고 있다. 관절에서 뚝 소리가 나는 것처럼.

어둡고 축축한 뒤집힌 세계로

어둡고 축축한 뒤집힌 세계로

어둡고 축축한 뒤집힌 세계로

[…이동 중…]


기둥 3

썩은 나무 기둥의 안쪽 세계를 살펴본다. 누군가 나무의 속을 파먹었다. 기둥 곳곳에 가늘고 긴 줄과 구멍이 생겼다. 나무는 이제 골다공증에 걸린 뼈처럼 보인다. 그들이 만든 길과 구멍에 버섯이 자리 잡았다. 버섯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부풀었을 뿐. 포자를 퍼뜨리기 위해 구석에서 조용히.

날씨가 따뜻해지고, 적당히 습해질 때 기둥에 좁쌀 같은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다. 날개가 자라면 그들은 구멍으로 하나씩 나온다. 방을 날아다니며 짝짓기한다. 검은 무리가 흰 벽을 가득 채운다. 그들은 저쪽에서, 나는 이쪽에서. 우리가 몇 주간 함께 잤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리 없이 봄이 끝나간다.

기둥을 두드린다.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반복해서. 아래쪽으로 갈수록 속이 비었다. 비어있는 만큼 울릴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썩을수록 청아한 소리가 난다. 기둥을 두드리며 찢어진 나무의 핏줄과 구멍들을 노려본다.

틱틱

탁탁

톡톡

탕탕

텅텅

기둥의 맨 끝에 누군가의 껍질이 흩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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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세계》 첫번째 묶음

호이요
소리와 이미지를 엮어 작업하는 콜렉티브입니다. 퀴어한 몸-마음으로 시골에서 보고 듣고 있습니다.

음원. 기둥을 두드린다.mp3
https://ururu.cloud/~soundn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