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키 [도시락과 그 불확실한 벽]
네가 나에게 그 도시락을 알려주었다.
그 여름 해질녘, 우리는 달콤한 풀냄새를 맡으며 강을 거슬러올라갔다. 야트막한 물둑을 몇 번 건너고,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서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가느다란 은빛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둘 다 조금 전부터 맨발이었다. 맑은 물이 복사뼈를 차갑게 씻어내고 강바닥의 잔모래가 발을 감쌌다-꿈속의 부드러운 구름처럼. 나는 열일곱 살, 너는 나보다 한 살 아래였다.
너는 노란색 비닐 숄더백에 굽 낮은 빨간색 샌들을 대충 쑤셔넣고 모래톱에서 모래톱으로, 나보다 조금 앞서 걸어갔다. 젖은 종아리에 젖은 풀잎이 달라붙어 근사한 초로색 구두점을 만들었다. 나는 낡은 흰색 스니커즈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너는 걷다 지친 듯 여름풀 위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작은 새 두 마리가 나란히 상공을 가로지르며 날카롭게 울었다. 침묵 속에서 푸른 땅거미의 전조가 돌을 감싸기 시작한다. 네 옆에 앉자 왠지 신기한 기분이 든다. 마치 수천 가닥의 보이지 않은 실이 너의 몸과 나의 마음을 촘촘히 엮어가는 것 같다. 네 눈꺼풀이 한 번 깜박일 때도, 입술이 희미하게 떨릴 때도 내 마음은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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